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화, 글, 교회]

miff 2023. 4. 23. 22:33

 2018. 1. 14. 23:58

 

 

내 속엔 화가 많다. "왜 저 따위로 하지?"라는 화 말이다. 이 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내고, 나와 다르게 말을 한다고 해서 "왜 저 따위로 하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일이다. 특히 기독교, 특히 개신교, 특히 한국에 있는 개신교.

 

그래서 자주 페이스북에다가 글을 올리고 싶다. '동성애', '설교', '질문', '성경', '섬김', '관계', '혐오', '사랑' 등. 지금 이 블로그 글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다가 멈추고 감정 좀 죽이려 쓰러 왔다. 다시 말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가 만다. 글을 쓰면서 여러 생각이 나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나는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후자인 '자격요건'을 생각해보자. 크게 말해서는 내가 '관계'를 잘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나눠보자. 먼저로는, 내가 관계를 잘 하지 않으니 진실로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관계를 잘 하지 않으니 각 사람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려하지 못하는데 글을 기고했다가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멈춘다. 이 외에도 많은데 조금 그래서 여기다가 쓰지는 못하겠다. 내 감정 상태도 있다.

전자인 '때'를 생각하자.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 강동회에서 들은 말이라고 기억한다. 침을 뱉고 싶으면, 작고 약하게 퉤퉤퉤퉤 뱉지 말고, 잘 모아서 한 번에 퉷!하고 강하고 세게 뱉으라는 말이었다. 글을 쓸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다. "그래, 내가 지금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때가 오겠지. 이미 많은 곳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니깐 그냥 가만히 있자."라고 생각하면서 'ctrl + A'를 누르고 백스페이스를 누른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분하다. 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쿄 구울」이 맞는지 모르겠다. 쨌든, 한 일본 만화에서, 주인공이 너무 괴로워하고 있을 때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거, 다 네 능력 부족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지금이 내 상황이다. 나는 왜 이런가. 논리가 바로 서지 않는다, 글이 감정에 휘둘린다, 주장과 논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등. 나는 내 능력 부족이 너무 싫고, 이 때문에 너무 답답하고, 더 성장하지 않는 나 자신을 괴롭히고 싶기도 하다. 나는 정말로 부족한 사람이다. 영성으로나 지성으로나.

내 인격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본 받을 요소가 없다. 쉽게 분하고, 쉽게 우울해지고, 내가 관심 없는 주제라면 닥치고 그만 얘기하고 싶고,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너무 거세다. 게다가, 내 다양한 욕구를 제어하지도 하지 못할 뿐더러 그에 휘둘리며 타자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보다 혼자를 더 좋아하기에, 타자를 쉽게 이해하고 타자에게 쉽게 공감하지도 못한다. 내 감정은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고 깊이가 조금도 없다. 내게 없는 게 타자한테 없으면 타자를 비난한다. 이 외에도 많으나 적으면 많기에 줄이자......

 

나는 가나안 성도가 되고 싶다. 정말로. 지금 만나는 사람은 너무 좋지만, 이 외의 사람과 만나자면 너무 만나고 싶지 않다. 너무 답답하다. 왜 이런 얘기만 하지, 이런 주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데, 다른 생각도 해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해서 힘들다. 그냥 줄여서 얘기하면, 부족함이 다 보여서 싫다. 그런데 더 싫은 점은, 그 부족함이 나한테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요소에서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는 가지지도 않은 요소를, 저 사람은 조금이라도 가져서 부럽다는 감정이 '거절'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교회에서 하는 모든 활동, 교회에서 가르치는 내용, 교회에서 설교하는 내용 등. 불만족스럽다. "나 혼자서 하면, 벌써 다 알았을 내용인데,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멈추지를 않는다. 이런 생각이 예전 도중에 든다는 말은 야훼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는 죄를 짓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라지지를 않는다. 설교에 더 집중하고는 싶고 더 집중하려 애를 쓰기는 쓴다. 그런데, 같은 말 반복과 더불어서 성경적 이야기는 개뿔 자기계발서에서나 나올 내용이랑 비슷하다는 게 인식된다. 그래서 너무 싫다.

나 혼자서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교회에 너무나도 많은 실망이, 내게 가득하여 나는 교회를 떠나고 싶다. 나 혼자만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교가 싫다. 혼자서는 절대로 신앙을 발전시키기는 커녕 보존할 수도 없으니깐. 내가 읽는 책, 듣는 강의도 결국은 타자와 같이 신앙 생활을 하는 모습이 아니던가. 이 점을 알기에 나는 또 다시 교회로 향한다.

사실 모든 교회가 싫지는 않다. 내 공동체 사람 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까. 그냥, 이런 내 모습조차 싫다.

 

그래서 나는 개혁주의와 복음주의는 지키되 장로회를 떠나고 싶다. 논리 비약이긴 한데, 내가 말한 내용을 빼고서라도 장로회에서 하는 일 꼬락서니를 쓱 보자니 썩 좋지는 않아서. 그래서 나는 성공회를 가고 싶다, 지금은. 너무 지쳤다. 바라보고 있기도,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기도하기도.

나도 안다. 마음을 잘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내가 싫고, 야훼가 싫다. 내가 왜 이거를 아는지 모르겠다. 교회를 떠나도 상관 없지만 교회를 떠남이 썩 좋지 않다라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 짜증나고 분이 난다. 정말로 관계를 다 끊고 싶다, '그' 공동체를 제외하고서는.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알아서 너무 싫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나 스스로가 반박하는 내가 너무 싫다. 짜증이 난다.

 

"나는 왜 이 따위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또 하루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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