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감정-사랑-정체성]

miff 2023. 4. 24. 09:27

2018. 1. 26. 9:42 

 

 

감정에 솔직한 적이 몇 번 없는 탓인지, 나는 내 감정이 너무 싫다. 기쁨, 즐거움 같은 감정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정말로 필요할 때가 있지만, 싫어한다. 나를 외면하고 싶은 내 내적인 욕망일 뿐일까.

우울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하는 감정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고독은 즐기는데, 외로움은 가끔씩 사무치게 올 때가 있어서 그때만 빼면 괜찮겠더라. 그런데 전혀 익숙해지지 못하겠는 감정이 하나 있다. 대체 이 감정은 사랑도 아니고 색욕도 아닌데 왜 자꾸 생기는지 모르겠다. 그냥,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는 결핍적인 감정일까 하는 생각으로 넘기고 만다.

말이 넘긴다이지, 실지로는 넘기기 너무 힘들다. 이때는 대부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온다. 이럴 때면, 나를 리시프로맨티시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그냥 가지는 감정과,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가지는 감정이 다르다. 뭐가 다른지 일목요연하게 말할 방도가 없긴 하지만, 다르기는 다르다.

그런데 더 짜증 나는 건, 이 감정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닌 내가 아는 사람한테만 나타난다는 거다. 지후와 팜스 여자애들이다(주연 누나 제외). 나 따위를 이성으로 사랑할 사람 따위 없다는 사실을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감정이 올라와서 나는 너무나도 싫다.

그런데,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사랑'이란 이처럼 가벼운 것이 결코 아닐 터이니깐. 에로스, 플라토닉, 아가페 등, 이 모든 것을 포괄해서도 '사랑'이라고 내게 붙이고 싶지 않다. 스스로 분석하여 내린 판단으로는, '외로움'에서 찾아오는 '함께할 이'가 필요하다는 욕구 때문에 누군가에게나 느끼는 감정이기에 말이다. 아 누군가에게는 아니네. 몇몇 사람에게 한정되니깐.

나는 이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나 따위를 연인으로 사랑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되뇐다. 연인이라고 불릴 만한 그런 덕목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감정도 원체 잠잠한 데다가 푹 꺼지기만 하고, 체력도 약해서 오래 놀지도 못하고, 사람하고 같이 다닌 적이 적으니 공감도 잘 못하고, 등. 아마,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후광 효과'에 빠져서 착각하는 것이리라.

그레이로맨틱(로맨티시즘?), 리시프로맨틱(로맨티시즘?)인 거 같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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