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감상, 미술 선생님, 예술 교육]

miff 2023. 4. 30. 14:17

 2018. 9. 1. 8:35

 

뭉크의 「사춘기」에서 그랬듯, 창세기 처음에 나오는 두 인물이 그랬듯, 발가벗은 상태는 숨김 없이 드러내는 상태이다. 기독경 2장과 3장의 가르침대로 하자면, 인간은 다 발가벗고도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상태가 돼야 한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렸다."(창세기 3장 7절) 여기서의 알몸을 물리적이고 신체적이고 가시적으로 벗은 몸이라고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를, 작품을 보는 내 눈에다 끼워넣고자 한다. 그리스도교적인 관점에서도 근거를 가질 수 있는 작품 감상법이 되겠다.

 

목요일(20180830), 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상을 묵상한 기록을 두 편 올렸다. 이 글은, 이제까지 올린 글하고 상당히 결이 달랐다. 이번 글은, 자코메티의 사상 세계가 아닌 내 사상 세계를 드러낸 글이었다. 내 견해에다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조각한 작품을 끼워맞췄다. 글 두 편을 쓰고나서 "주조해보지 않은 비예술가로서 내가 하는 묵상이, 과연 제대로 된 묵상일까?"라는 회의가 순간 스쳤다. 언젠간 직접 해봐야겠다는 다짐만 한 채로 그저 참에 빠졌다.


어제(20180831), 학교 미술 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어제 내가 한 회의가 참으로 적당하고 마땅한 질문이었음을 확신했다. 이 불확실함을 늘상 안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에서 두 가지가 인상깊었다. 내가 저런 회의를 하는 게 건강하다는 상태라는 걸 설명하신 내용이다. 이는 내 실천으로 연결돼야 하는 두 가지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작품을 제작할 때 작품을 왜 제작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위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런 이유가 무의식적인 동기에서 유발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평가들은 작가의 마음을 작가 자신보다 더 잘 파악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작품을 더욱 분명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 H.W.잰슨 & A.F.잰슨, 「서양미술사」(미진사; 서울, 2008년), p.34

 

1. 비평가, 철학자, 미학자의 눈으로 분석한 내용은, 작가가 의도한 내용보다 더 깊은 내용을 이끌어서, 이들의 비평이 예술의 영역을 정한다. 선생님의 경험을 한두 가지 말씀해주셨다.

 

2. 비평가, 철학자, 미학자의 눈을 벗고서 생눈으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이후에 철학하는 눈으로 바라보라. 작가의 작품은, 많은 분석가가 '의도'했다고 전제하는 행태와는 달리, 우연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모든 지식을 다 잊고, 점철된 내용을 잊고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이 글을 쓰면서 교육에도 연결해서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예술 교육은, 묵상하고 감상하는 법을 터득하는 면이 중점이 되는 교육이었다. 점차 다른 생각이 들다가 이번에 확실히 바꿨다.

 

그림을 그리게 하고 춤추고 노래하게 하면서, 표현을 강제하는 면모가 좀 불편했다. 필히, 내가 표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이리라. 다른 쪽으로 획일화한다고 생각했다. 정서를 높이기만 하고, 안정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활동하고 움직여야 했기에.

 

조금 바뀌어서는, 제대로 묵상하고 감상하기 위해선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는, 예술로 표현해본 적이 없는 인물은 감상에 있어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니 표현하는 교육이 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로 표현해본 사람만이 아는 영역이 있음을 느꼈다. 표현하지 못한다면, 묵상하고 감상한 내용이 고여서 결국은 썪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뮤지컬, 낙서, 교향악단 등으로 표현하기를 연습하는 수업은, 더 깊고 더 실천적인 묵상과 감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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