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8. 10:49
어제(20180907), 처음으로 다른 교회에서 금요일 예배를 했다. <해운대감리교회>에서 했다. 옮길 교회를 알아보기 위해서 다녀보고 있는 요즘인데, 금요예배 참석도 이와 동일한 의도이다. 후기와 거기서 묵상한 내용을 점철해 엮어보고자 한다.
1. 내가 수영로교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에는, 소란스러운 고등부 예배와 긴데다가 감정을 자극하는 금요예배를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해운대감리교회>와 <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에서 예배했을 때, 나한테는 예전적 예배가 맞다는 감이 들었다. 아직 확신까지는 못하겠다. 금요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교회 중에서 예전적 예배를 소중히 하는 교회는 <해운대감리교회>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가기로 했다.
2. 예상을 했다 : 금요예배니 다른 교회랑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한국교회 전통 형식에서 벗어난 금요예배를 하는 교회란 정말 없다고 생각했다. 예상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피커 음량이 커서 힘들었고, 중간에 서로에게 인사하는 시간에는 교인들이 다들 활발하게 돌아다니셔서 놀라기도 했다. 그러면서 잠시 기도했다. "내가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두 가지가 떠올랐다.
3. 첫째는 마음 가짐의 중요성이다. 흔히 듣는 얘기다 : "중요한 건 누군가가 무어라 하는 것보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피상적으로만 알던 얘기다. 마음을 바로 잡은 적이 없기에 이 클리셰가 굉장히 멀다고 느겼나보다. 어떤 연결고리가 있기에 이 생각까지 흘러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목사님 설교 내용이, 본문 문맥하고 전혀 안 맞지는 않지만 너무 모자라다는 비판 정신이 들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나 자신을 조금 더 둥글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수영로교회>에 예배하러 갔을 때, 이를 유지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
4. 두 번째는, 이런 예배의 유용성에 대해 고민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런 예배'란, 현재 한국 장로회 대부분이 (특히 대형 교회) 드리는 일명 '열린 예배'이다. 감정적으로 건들이고 등등의 형식 말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을 부정하지 않는다. 긍정한다. 그런데, 이런 형식이 <수영로교회>만 아니라 다른 교회에서도 자행됨을 처음 '체험'하자 다시 고민하게 됐다. 왜 하는지 고민했다. 흔히 얘기하는, 신자를 감정적으로 격동하게 하느니 같은 생각은 일단 멀리 보냈다. 다른 유용성 / 이유를 발견하고 싶었다.
5. "감정 격동화가 정말 나쁘기만 할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적부터예전적 예배를 했다면, 나는 그리스도교회를 다니지 않았을 뿐더러 예전 도중에 깽판을 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쌓기만 쌓던 과거의 나에게, 역동적이고 격동적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예배를 감정을 해소할 피신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신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6. 또 다른 이유로는, 그리스도교 전통의 중요한 한 귀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린 예배가 말이다. 다양한 요인의 적극적 수용이라는 측면은 너무 익숙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내가 속한 전통에서는 '몸'과 '정서'를 상당히 축소해서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 앞에서의 고양된 정서를 비춰주는 측면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다들 고양된 채로 노래하고 기도하면 많이 무섭다. 나는 정서적 약동성이 약한데, 이런 예배에서 다양한 감정적 작동을 배웠다. 기뻐하고 춤춘다는 시편의 말씀을 실현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체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안 하지마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7.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바탕으로 일명 열린 예배 형식을 긍정했지만, 내 입장은 예배 형식을 바꿔야 한다는 쪽이다. 안 된다면, 최소한 설교의 질만이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수 있도록 행정 업무라든가를 맡아줄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비감정적인 정서도 고양시키는 예배가 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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