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1. 23:51
부모님께서 영화를 보신다.
잔인하기 짝이 없다. 앞 30분 정도만 봤는데 진짜 잔인하다.
어머니는 깜짝깜짝 놀라면서 끝까지 다 보신다.
아버지는 노트북을 하시면서 보신다.
나는 앞 30분 조차도 잠깐잠깐 봤다. 나왔다.
나는 잔인하고, 무섭고, 그런 류가 너무 싫다.
질색을 벗어나 살짝은 혐오까지 생긴다.
이해할 수 없다.
데스티네이션은 볼 만한 영화가 아니다.
'죽음'이 곧 목적이라는 사실을 말하기는 하지만,
어쩌라는 건지... 싫다. 나는 이 영화가 분위기가 소재가 싫다.
나는 잔잔하고 평화롭고 사랑스럽고 아름답다고 내게 느껴지는 게 좋다.
전혁림과 그의 아들이 그린 추상화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두 분의 그림은 혼란스러우며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안정감이 있었으며
어딘가 모를 평안함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깔끔한 듯 하면서 난잡하였고, 난잡한 듯 하면서 깔끔하였다.
어지러이 된 듯 하지만 정돈되었고, 정돈 된 듯 하나 어지러이 돼 있다.
표현을 못 하겠다. 추상화는 어렵다. 하지만, 좋다.
전혁립 화백의 아들이 쓴? 그린? 책이 보고 싶다.
그림으로 나눈 대화(전영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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