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미술 등

자코메티 눈빛에 관한 짧고 간단한 상념

miff 2023. 4. 28. 14:28

 2018. 8. 7. 10:19

 

 

자코메티는 눈빛에 집중하여 생명을 표현하려 했다. 나는 자코메티가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자코메티가 조각한 상의 눈빛은 순간의 영원화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영원화했기 때문에 성공한 걸까.

 

자코메티가 조각한 그리고 그린 눈빛은 밖으로 나오는 모습보다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눈빛에 집중했다지만, 그 시선은 또렷한 시선도 아니고 정리가 잘 돼 깔끔하고 매끄러운 선도 아니다. 물론 가슴 밑 부분보다는 상당히 깔끔하다. 처음 볼 때, "이런 투박한 만짐인데, 눈빛에 집중한 거라고?"라며 의심했다. 처음에는 '안으로 굽는 눈빛'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으로 굳혔지만 지금 생각은 다르다. 시선으로 타자를 인식해 날 인식하기 때문에, 시선은 최소한 두 갈래이다. 그리고 이 시선'들'은 서로 뒤엮이며 눈빛을 이룬다.

자코메티가 만든 작품은, 더이상 자코메티가 만든 작품이지 않다. 정적인 자세로 멈춘 '상'은, 혼재하는 시선이 시시각각 존재하는 순간이 연속하는 부분을 잘라 영원화한 산출물이다. 고로 자코메티가 작품한 결과물에는 여러 시선이 섞여 여러 눈빛을 녹아 들어 있다. 자코메티는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보기 전에는, 몇 단계를 거쳐 뮤즈를 본다. 뮤즈는 눈빛을 가지고서 자코메티에게 집중한다. 자코메티가 조각했다지만, 실상은 시간과 여러 눈빛의 난반사가 이뤄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행태는,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상에서 극을 이룬다. 앞을 꼿꼿하게 보면서 내딛는 사람. 걸어가는 순간에 걷는 행위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만 넘어지거나 멈추고 만다. 걸어가는 행위에서 여러 순간이 복잡계를 이룬다. 안과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선은 범위 확장을 경험한다. 이는 다른 상도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걸어감은 전혀 다른 집중 대상을 나타낸다. 이를 상징이라 할지 기호라 할지 무어라 할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걸어감은 밖과 나는 물론이거니와 행위 자체에도 집중한다. 이 상태에서의 눈빛은 더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시선이 여러 군데로 더 산재하기 때문이다.

눈빛이 복잡해졌다고 해서 무거워졌다는 건 아니다. 눈빛의 복잡화와 시선의 다양화로 인해,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가벼워지게 된다. 물론, 가벼워지지만은 않는다. 이 부분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자코메티 대도록을 보면서 든 가볍고 간단한 생각은 여기서 맺도록 하자. 다음에 더 묵상하는 걸로.

이거 생각한다고 또 학교에 늦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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