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미술 등

꼿꼿한 목, 조각상.

miff 2023. 4. 29. 12:19

 2018. 8. 19. 0:37

 

 

자기 전 한 글을 읽었다. 읽다가 한문장을 찾았고, 순간 자코메티의 조각상을 연상했다.

어머니는 슬퍼하지도, 감상적인 기분에 젖지도 않는다. 언제나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정면을 바라본다. 확신을 갖고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것이 내 마음에도 강한 힘을 선사한다.

-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2012), 282쪽

 

자코메티가 초기에 그린, 밝은 색체가 조화로운 그림을 기억했다. 그림에 그려진 사람은 정면이 아닌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방향도 있었다. 이런 목은 굳는다. 보면 알겠지만, 자코메티 조각상은 다 목이 굳은 듯 앞만 쳐다본다. 후기에 그린 초상화를 보면, 정자세로 앞을 보는 상태이다. 물론, 조각 전 스케치라든가를 보면 앞이나 옆 등을 그렸다고 할 수 있겠으나, 완성작이 아닌데다가 조각상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자코메티가 시선을 도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므로, 옆을 본다고 말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자코메티의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걸어가는 사람>이다.

<걸어가는 사람>. 2018 자코메티 특별전의 '명상의 상'에 보호막 없이 전시돼 있다. (출처 : 나 / 화질 다 깨지네... 원본은 안 이런데)

처음 볼 때는, 기이할 정도로 앏고 긴 모습이 인상깊었다. <걸어가는 사람>, 포인트는 '걷는다'에 있다. 자코메티 스스로도 걸음에 관한 얘기를 했을 정도로, 걸음을 이해하는 건 자코메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데 집중해보자.

 

보통 우리는 어떻게 걷는가? 나는, 주위를 많이 보는 편이다. 폰이나 다른 매체를 보면서 걷기보다는, 이어폰이 고정된 상태로 하늘, 건물, 사람, 환경, 현수막 보기를 즐긴다. 목과 눈이 돌아다닌다. 이러면서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굳은 목이다. 누군가는 바닥, 누군가는 정면. 예외도 있긴 있다만, 대부분의 경우 말이다. 자코메티 조각상을 주체라고 보면, 조각상은 굳은 얼굴로 정면을 바라본다. 얼굴만 있는 채로, 무릎을 꿇은 채로, 가슴까지만 있는 채로, 하반신이 없는 채로, 걷다 멈춘 채로, 가만히 선 채로 등.

 

이제부터, 목이 굳은 채 정면을 보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한 내용을 기록하고자 한다.

 

1. 「문학소녀」 시리즈로 읽은 정면

「문학소녀」 시리즈에 보면, "가슴을 펴고"라는 어구가 자주 등장한다.글쓴이 노무라 미즈키는, 작중 "토오코 선배"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데 주로 쓴다. "코노하"라는 서술자가 묘사하는 토오코 선배는, 귀여운 면 • 당당한 모습 • 주체적인 모습 •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 등 다층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가슴을 펴고"가 쓰이는 곳에 있는 토오코는, 할 말을 다하고 • 즐기고 • 집중하고 • 설득하고 • 강하고 • 견디어 내려고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또 다른 인물인, 이 글의 처음에 인용한 부분에서 "어머니"로 묘사된 "마키"를 묘사하는 말인, 당당함 • 단호함 • 쉽게 휘둘리지 않음 등을 뜻할 수도 있겠다. 가슴을 펴면 어쩔 수 없이 정면을 바라보게 되기에, 정면을 본다는 건 이런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걸으며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할 수 있겠네.

 

2. '걸음'과 '정면'

자코메티가 걸음을 직접 말했다고 위에 짧게 언급했다. '걸음'이 자코메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야 그 어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일단 지금은 가볍게만 건들여보자.

그 말은, 인간은 걸을 때 자신을 한없이 가볍게 만든다고 인간은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면서, 걸음과 가벼움과 본질을 연결하는 자코메티를 조명한다. 자코메티가 묘사하려한 '가벼운 존재의 발걸음'이 어떤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이런 발걸음이기에 가장 무거운 걸음일 수도 있다. 쨌든, 걸음•가벼움•존재를 엮어서 형상화한 작품이 <걸어가는 사람>이다. (직접 묘사했기에, 특별하게 사진도 넣었다.) 조각상을 주체로 보자. 정면을 꼿꼿하게 바라보며, 가늘디 가는 걸음을 내딛는다. 아직 뒷발이 온전히 떨어지지 않았고 앞발은 바닥에 모두 닿는다.

자코메티는 '정면'을 바라보기 때문에, 걸을 때 '가벼워진다'고 봤지 않을까? (보통 걸음은 가벼우니 정면만을 보는 걸음이 무거움을 가르치려 정면을 보게 했다고 볼 수 있으나, 내 기억상으로 그 말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서 생략한다. 다음에 <걸어가는 사람>만 묵상하면 올려보겠다.) 우리는 정면만 보는 동안 위, 옆, 아래의 풍경을 무시한다.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여유'가 없다 혹은 다른 생각한다 또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떤 게 자코메티의 생각인지 나는 모른다. 일단, 정면만 보기에 존재가 가벼워졌다고 보는 나로서는, 주위를 무시함을 비판하는 식견을 갖게 된다.

이 부분은 숙성이 필요하다. 다음에 올릴 때, 다시 논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