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묵상, 깨달음

성찬 = 회복

miff 2023. 4. 29. 12:14

2018. 8. 17. 15:53

 

히브리 민족의,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경전 제일 첫 번째 권인 '창세기'는, 인간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겨 에덴 동산에서 퇴출당했다고 한다. 혹자는 이를 '타락'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를 하나님의 임재를 '박탈'한단 사건이라고 하기도 한다. 창세기에 나타난 이 기록을 토대로 읊을 수 있는 주장은 많다. 이런 류의 주장에서 밑바탕에 전제로 깔린 명제는, 이 사건 이후 인간은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리라. 이런 류의 주장을 전개하는 이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원래 상태로 회복되어 간다고 주장한다. 구원이라고 이름한다. 구원받'는' 사람을 그리스도인(나는 그리스도신자를 더 즐겨 쓴다)이라고 부른다. 그리스도신자끼리 모이면 이를 회중이라고 하며, 교회라고도 한다. 어느 회중의 전통을 잇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찬을 반드시 집례한다. 어디서는 매주, 어디서는 가끔, 어디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성찬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성찬은 어디서 유례했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포도주를 들고 "내 피다! 마셔라!"라고 하시고 빵을 떼어 "내 몸이다! 먹어라!"라고 하신, 일명 마지막 만찬에서 유래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는 행사가 '성찬식'이다. 이게 진짜 피와 몸인지 기념인지 같은 논쟁은 여기서는 하지 말자. 논점에 어긋나니 말이다. 성찬의 의미는 깊다. 구세주의 몸과 피를 먹는다는 의미만으로도 벅차다. 그 정도로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성찬'은 매우 중요하다. 그냥 생각해봤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가 생각이 났다.

성찬은 회복이다. 우리가 못 먹는 걸 다시 먹게 될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에덴을 맛보는 순간이 성찬이다. 성찬을 하는 순간마다 우리는 에덴을 맛본다. 빵과 포도주를 입에 가져다 넣을 때마다, 먹는 주체와 세계를 구원하신 사역이 실체적으로 다가온다. 다가옴을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고 새로운 상상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선조들이 가져떤 희망을 이어 받으며 선배들이 바랐던 환경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앞선 신자들이 목숨 걸며 지키고자 했던 바를 체화한다. 우리 몸에 양분이 되는 이런 것들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하나님나라'가 나온다. 복음사가가 기록한 예수의 삶 깊숙이 저민 개념말이다. 하나님나라가 회복되면 나타날 세상을 묘사하는 모습은 많고, 그 중에는 에덴에 있다. 우리는 하나님나라를 맛보는 것이리라.

에덴에서 먹던 음식들이 있다. 우리는 성찬을 진행할 때 그 음식을 먹는다. 잃어버린 음식을 다시 찾아서 먹는다.

그리고, 그리스도신자가 일상에서 먹는 모든 식사가 곧 성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