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장 지글러 / 출판사 : 갈라파고스 / 별 : 3.8개 / 장 지글러, 한 마디로 인도주의 사회학자다. 기아와 빈곤이 사회구조와 정치 같은 영역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글을 쓴다.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이다.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읽어서 안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고, 벼르던 책이다. 단순한 반항심 때문인지 무어 때문인지 별 다른 기대가 없던 책이다. 기아와 빈곤을 전혀 모르지 않는다고 자부했기에 관심이 없던 책이다. 하지만, 모르는 놈이 가장 용감하다고.... 내 주위에서 읽은 사람이 평을 하는 경우가 없어서 잊고 있던 책이다.
최근 들어, 내 무지가 확실히 드러났다. 생각을 해보니 나 혼자만 잘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이기적이게 쌓다보니 진짜 지식을 쌓지 못한 현실에 내가 봉착해있어라. 해서, 내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다른 문제가 뭘까하는 고민에 빠졌고, 때마침 내게 나타난 책이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같이 사회문제, 비통한 현실을 읊는 책은 수치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數)에 약한 사람에게는 큰 파장을 주지 못한다. 수가 너무 많기에 더 추상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수로 가득찬 경우에는,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싶을 정도로 정도를 벗어나기까지 깊게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생각할 때,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 책이라 단언할 수 있다. 먼저, 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수를 읽으면서 머리가 아플 일이 없다는 점이 일차 유익이 아닐까.
다른 차이점은 보다 정보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단순히 독자에게 타박하듯 - 행동을 촉구하듯 마구 정보를 쏟기 보다, 보고서나 논문 반절 이상이 쓰듯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아들과 문답하는 방식으로 정말로 쉽게 풀어낸다. 물론, 아들과 하는 문답이기에 그렇게 깊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실망감이 클 수도 있겠다. 나같이 기초도 안 잡힌 독자에게는 엄청난 선물이자 아주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내용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깊지 않아서 실망할 수 있겠다라는 걱정이 있겠다.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걱정만 존재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세계 전반에서도 제3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기아문제가 '사회-정치 배경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지,' '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도울 수 없는지,' '어떤 시도가 있는지'와 같이 기아 문제 이해에 핵심이 되는 정보가 빠져있진 않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더 있다면, 추천도서 목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83쪽에 FAO라는 단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보라는 내용이 나오지마는 부족하다.
장 지글러가 보이는 태도는 아주 조심스럽다. 구호단체와 및 비슷한 류에 해당되는 단체가 한 행위가 더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현실을 재조명한다. 무조건 도와서도 안 되고, 안 도와서도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
장 지글러가 갖지는 희망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 가운데, 공감을 통하여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공공의식을 가지고서 이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23, 171)이다. 더 나아가서 희망이 되는 사람이 모인 '민간 단체'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182).
책을 끝냈지만, 특별한 행동을 촉구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을 해라!라는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구절이 없다. 독자 나름대로 도울 방법을 찾으라는 장 지글러의 마음이 아닐까. 설령 아니라고 해도, 누구든지 이 책을 읽은 후에, 자신이 어찌해야 할는지 생각을 해보면 좋을 듯 하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같이 그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왜 세계의 절만은 굶주리느가를 쥐어주고 싶다. 내가 굉장히 무지했구라는 현실을 직면하도록 해주었을 뿐 아니라 현실을 통탄케끔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면 좋겠다.
희망은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의식에 있다.(22)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23)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93)
어떤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도 사회정의가 이룩도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144)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153)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171)
배고픔의 숙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176)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다.(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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