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기독 신앙, 우울, 비극]

miff 2023. 4. 13. 22:57

2017. 10. 2. 22:00

 

며칠 전, 한 설교를 들었습니다. '우울과 기쁨'을 주제로 한 설교였습니다. '신자라면 우울하면 안 된다,' '우울은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이다'라는 내용과 '그리스도만이 진정한 기쁨을 공급하는 유일한 공급처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요. 여기선 딱히 건드릴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제가 거슬린 부분은 '비극을 읽으면 우울해지니 읽지 마라'라는 내용입니다.

저도 문학을 잘 모르고 잘 안 읽는 편입니다. 비극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모른다고 해서 제 생각이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비극을 정확히 정의내리지 못하고 또한 비극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불행을 알지 못하는 삶은 결코 현실을 옳게 보지 못하고 현실에서 살아내지 못한다고 봅니다. 인간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비극 체를 쉽게 말하면 불행을 기술한 책입니다. 불행 자체를 많이 접하다보면 - 일반에서는 - 우울해지기 마련입니다. 우울이 나쁜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렸을 때 현실을 더 현실 같게 본다고 합니다. 우울이 있어야 현실을 더 현실 같이 냉철하게 판단한다고 합니다.
기독 신앙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죄악된 세상에 살되 죄악에 속하지 않는 채로 살아야 한다,고 일반으로 가르칩니다. 보통 항상 붕 떠 있는 사람은 신중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반대로 신중하게 살아야 합니다. 죄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비극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 - 간접이든 직접이든 - 은 어떻게든 붕 뜨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아이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이죠. 그래서 저는 비극을 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죄악에 더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비극을 보지 않는 사람은 인간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본디 인간이란 개념이 극추상화한 개념이라 알기가 상상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아직 인간을 완벽히 정의내리는 개념이 -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 없지 않나 싶습니다. 추상명사 자체가 정의내리기 어렵습니다. 어렵긴 많이 어렵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한 부분 한 부분 차례대로 알다보면 곧 알게 되기 때문이죠.
비극을 보지 않는 사람은 한 부분 한 부분을 알아가는 시도를 저버리는 사람과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밝은 면은 물론이거와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다양한 성향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면을 많이 알아야 인간이 무엇인지 더 잘 알 수 있을진대 다양한 면에서 불행 곧 어두운 면을 빼서 보는 태도가 비극을 외면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인간이 누구인지 알려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나님을 알지 않겠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알지 않으려는 신앙은 기독 신앙이라 할 수 없습니다. 기독 신앙은 기본적으로 지성입니다.

이 말고도 제가 생각해내지 못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비극 또한 기독 신앙에 필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울이 무서워서 비극을 못 보고 경험치 못하겠다고요? 우리네 인생 자체가 비극이고 고난입니다. 어떤 비극보다도 인생이 더 비극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비극이 더한 비극인데 뭘 두려워 하십니까. 신엉에 위기가 오지 않을까,하는 핑계는 접으시길 바랍니다. 비극도 아름다운 예술이고 작품입니다. 없는 걸 인간이 만들 수는 없잖습니까. 비극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받아들이는 태도만 고치면 됩니다. 비극을 보기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