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천재, 나, 나]

miff 2023. 4. 21. 16:38

주위에서 여러 사람 얘기를 듣는다. 개중에는 독톡한, 특이한, 탁월한 사람이 정말 많다. 내가 듣기 좋아하는 사람 얘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천재' 얘기를 듣기 좋아한다. 오늘은, 천재 얘기를 들으며 한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많은 칭찬을 들었다. 내 인생에 진짜 도움 될 칭찬일는지 모르겠지만. 착하다, 책 많이 읽네! 등, 비슷한 내용이다. 이 뒤에는 항상 "네 같은 사람 없다."라는 얘기가 붙었다.  분명, "당신은 특이하고 특출나답니다."라는 전갈이겠지.

나는 환상에 빠졌다. "나 같은 사람은 없다."든가 "난 특출나!"하는 환상.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일반 사람과 다른 줄로만 알았고, 나는 더 특출나고 특별한 줄로 알았다. 어리석고 어리석었다. 아마도, 내 죽음을 막은 또 다른 원인이 아닐까. 죽기 싫다는 방어 기제일까.

천재 얘기는 내가 평범하다 못해 그냥 그런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나는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다. 아니, 일반 이하일까. 쨌든, 내가 내게 가졌던 환상, 착각을 부수었다.

이제야 좀 제대로 살 수 있겠다. 마음이 살짝 놓인달까. 내가 더 잘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즐기며 살면 된다. 재밌게 살 수 있겠다. 이젠 나를 좀 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다르지만 다르지 않으며, 특별하지만 탁월하지도 특출나지도 않으며, 비슷하지만 절대 같지도 않다.

"다르다고 그리고 조금 못났다고 상처받는 일이 적어지겠다"라는 마음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엮이며 살아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깐, 자신을 인식하려면 타자를 먼저 인식해야 하니깐. 나는 많은 사람 속에서 나를 잊지 않으련다. 많고, 많은 만큼 다양하고, 다양한 만큼 다른 무리와 군중과 혼란과 휩쓸림에서도, 내 정체성을 내가 잊지 않고서  한 주체로써 주체성을 갖고서 살아야겠다. 구분된, 그러나 연합된 존재로.


모두 죽어가는 존재에 불과한걸

누구도 내 위에 있지 않고 누구도 내 밑에 있지 않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한 인간에 그칠 뿐. 극치의 존재 앞에서는 그저 죽은 사람일 뿐. 다른 사람, 곧 나와 함께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나와 따로 살아가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 같은 인간이자 사람이자 물질이자 존재이자 죽어가는 존재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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