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5. 21:06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이우환 공간>에 갔다. 내 관람 스타일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어쩌다 보니 도슨트 설명이 빠지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3시에 들어가서 4시 50분에 나왔다. 1시간 50분 동안 관람했다. 중간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순수 시간과 일치한다. 도슨트와 함께 했으면, 도슨트와 헤어지고 나서도 한 번 더 봤을 테니 2시간 20-30분 정도 걸렸겠다. 천천히, 한 작품 한 작품 일일이 멈춰가면서 고유의 맛을 즐기면서 누리면서 여유롭게 미술 작품을 관람해야 한다고 본다. 판단과 일치하게, 가능한 이렇게 한다. 오늘도 더 있고 싶었는데 10시에 밥 먹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어지러워서 포기하고 나왔다.
<이우환 공간>에서 꼭 도슨트 해설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도슨트 해설이 없이도 느낄 수 있는데 말이다. 해설 없이 오늘 감상했으니 다음에는 해설 있게 관람해볼 계획이다. 3시에 도슨트가 있기 때문에 도슨트와 함께할 계획이었다. 초등에서 중등 정도의 아이들 20명이 단체로 도슨트를 기다리길래, 시끄러우리라 판단해서 듣지 않았다. 오프라인 설명만 아니라, <가이드온>이라는 어플을 통해서도 도슨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우환 공간>은 계속되는 거 같은데, 해설 음원은 18년도까지로 돼 있다. 뭔지 모르겠다) 나는, 이왕 없는 기회 끝까지 혼자 해보자는 오기가 생겨서, 다운해놓고 쓰질 않았다. 해설 다운 후 자기 페이스에 맞게 해설을 골라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미술 작품 해독을 정말 못한다고 체감한 시간이었다. 뉴스 기사도 보고 미술 사전도 보고 해서, 작품을 보면 감은 잡을 줄로 생각했다. 첫 작품부터가 난관이었다. 제목과 연관지어 꾸준히 생각했지만 이우환 선생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찾아내지 못하였다. 이후로도 비슷한 행보였다. 돌과 철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침묵하는지 만나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겠었다.
팜플렛 말고는 의존할 게 없어서 팜플렛만 읽고서 마음껏 상상하려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들어선 순간부터, 좀 여유롭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에 가득참'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우환 선생께서는, '빔[虛]'을 통해서 '가득참'을 표현하려 애쓰셨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노자」가 생각이 났다. 「노자」에서는, '유有'와 '무無'가 서로 다르지 않다. 무無만이 있을[有] 따름이지 않나 싶다. 「노자」와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이 연계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노자」에서 말하는 태도는 무엇이냐? "무위를 욕망함"이요 "만족"이다. 나는 이를 "여유"라고 해독했다. 그래서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도 여유를 갖고 감사하려 했다.
작품과 마주했다.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독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이를 미술 작품에도 접목했다. 이우환 선생께서 작품을 통해 대화하시려는 내용이 궁금했다. 작품 자체도, 작품을 통한 대화도, 참 멀게 느껴졌는데, 여유를 가지니 조금 조금 작품이 눈 안에 몸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3분의 2를 보았으나 아직 '가득참'을 느끼지는 못했다. 작품에 대한 의문만이 남았다.
제일 마지막 방에 가서 전세가 뒤집혔다. 드디어 무언가를 느꼈다. (도중에 다른 관람객이 들어와서 묵상이 끊겨서 아쉬웠다) 돌과 빈 캔버스가 마주한 모습, 거기서 난 말을 잃어 자빠졌다. 진짜로 순간 다리가 풀려서 앉아서 감상했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정확하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압박감과 폭발력을 동시에 느꼈다. 팜플렛에 적힌 감정이 무엇인지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거를, 치열한 긴장감이라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다른 작품도 이제는 더 깊게 볼 수 있겠지 싶은 기대감으로, 다시 되짚으면서 천천히 봤다. (정주행에 1시간 30분 정도나 썼는데 후주행에 20분 정도밖에 못 썼다. 적어도 40분은 썼어야 했는데) <대화>라는 연작이 드디에 조금 눈에 들어왔다. 아직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바람과 함께>는, 공간에 충만하지 않았다. 2층 계단에서 외부 작품을 바라봤는데, 외부와 내부가 모호해진 느낌이 오묘했다. 몸이 안 좋은 게 원망스러웠다. 계단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침묵>. 사람도 없겠다, 다리도 아프겠다, 앉아서 감상했다. 두 <침묵>을 처음 봤을 때랑 똑같았다. 일어나서 둘을 동시에 보니, 순간 압도됐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이 좁아보였다. <물物과 언어>는 여전히 어려웠다.
정말, 버스타고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이런 전시관이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게다가 입장료가 1000원에서 3000원 밖에 안 한다는 점 또한 엄청나게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
좀 어려웠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랑 조사 양은 비슷했는데, 이우환 선생님 작품이 조금 더 어럽게 다가왔다. 나 자신에 대한 집념이라든가 붙듦이 너무 강했나 싶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작품과 돌과 철과 마주하고 싶다. 누구나 재현할 수 있겠지만, 단지 외형 뿐이겠다고 생각한다. 나야, 구분하지 못 할 게 확실하다 철학자로서, 예술로 표헌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 예술가를 전공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공간에 따른 차이도 느끼고 싶었는데, 그건 실패했다. / 방에 들어갈 때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의 질감이 달랐다. 그 질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묵상할 수 있다는 게 참 재밌고 오묘한 경험이었다.
[묵상] 카테고리에, 이우환 선생님 작품도 꼭 넣어보고 싶어서, 묵상하기 위해서 「도록」을 사려고 했다. 베르사유 도록은 47000원, 이우환 공간 도록은 50000원이라서 포기했다. 흑, 돈... 커피도 마실 수 있던데, 다음에 마셔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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