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미술 등

[다운사이징 리뷰 : 믿음과 조롱(스포 있음)]

miff 2023. 5. 5. 10:54

2018. 9. 26. 20:59 

 

 

다운사이징감독알렉산더 페인출연맷 데이먼, 크리스토프 왈츠, 홍 차우개봉2018.01.11.

영화의 간략한 내용은 네이버나 다른 포털 사이트에도 나왔으므로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 사견이나 읊겠습니다.


제가 영화를 다 보고 생각난 두 키워드는 '믿음'과 '조롱'이었습니다. 이 포스트 게시글의 제목과 동일합니다. 이제부터 이 두 키워드가 어떤 의미인지 풀어놓은 후에 결론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각 인물이 이름이 있다만 편의상 가칭을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을 몇 배는 작게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한 과학자 A가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고민하다가, 아내를 제외한 채 자신만 다운사이징을 하게 된 B가 있습니다. 국가 권력의 징벌로서 가에 다운사이징을 당한 C가 있습니다. B의 윗집에 살면서 허구한 날 파티를 여는 D가 있습니다. 대충, 영화를 보시면 이 네 명이 주된 인물이라고 아시게 될 겁니다.

 

1. 영화의 극 후반부에 가면, BCD가 함께하면서 최초의 소인 마을에 갑니다. 가는 길에 과학자 A를 만납니다. 최초의 소인 마을에서 맞이한 저녁 식사에서 A는 중대한 발표를 합니다. "아무리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연구를 해봐도, 인류에겐 미래가 없다."라는 내용이 주이고,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서 메탄이 대량 방출된 사건입니다. A가 계속 말을 잇습니다 . "이제, 우리가 준비했던 땅속 마을에서 자생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무리 지구가 상상 이상으로 변해도, 수많은 설비를 해놓은 그곳은 안전하다." A의 말을 듣고, 세계에서 최초로 소인화를 실시한 소인을 포함해서 최초의 소인 마을에 사는 모두가 A의 대안을 따르기로 합니다.

 

2. 최초의 소인 마을에 많이 왔던 D와 D의 친구는, '광신도'라고 놀리면서 자신들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C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B만 동조돼 땅굴에 같이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짐도 싸고, 땅굴에 들어가기 전에 최초의 소인 마을 주민이 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합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는 통로를 걷다 보니, 주저하다가 뛰쳐나옵니다. C, D, D의 친구, 이 세 명은 B를 다시 안아주며,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그후에, B와 C가 아름답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3. 재밌다고는 생각했지만 다 보고 나서 그렇게 기본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운사이징>을 지배하는 사고관은 재난 영화 <투모로우> 초반서 과학자들이 취했던 입장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어차피 그거 금방 안 온다! 그냥 좀 여유롭게 하면 되지,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 그냥 열심히 일상생활이나 하면서 놀아라!" 이 입장과 반대되는 위치를 점유하는 과학자와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게 굉장히 아름다운 것처럼 묘사했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시급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보입니다.

 

4. 제 입장은, 지구온난화를 꽤나 심각하게 보는 쪽입니다. 환경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운사이징이라든가 그런 기술이 나온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얽매인 존재로서 다양한 활동을 못하지만, 풀어진다면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다운사이징>에서 마지막에 던지는 메시지는 탐탁잖았습니다.

 

5. D의 말, B와 C가 유지하는 생활을 굳이 보여준 이유가 뭔가 싶습니다. 조롱하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다만, '다운사이징'이고 '땅굴 생활'이고 전부다 쓸데없는 맹신이라고 힐난하는 D, 최초의 소인 마을과 A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거기에 동조한다는 점을 뒤에 배치해 기억에 남게 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저거 다 맹신이에요, 광신도나 하는 짓이란 말입니다! 아직 많이 남은 인생 좀 즐겨요!!"라고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빙하 전문가 "2030년 북극 얼음 사라진다...이젠 늦었다" - 노컷뉴스 (nocutnews.co.kr)

 

빙하 전문가 "2030년 북극 얼음 사라진다...이젠 늦었다"

전문가도 '잘 모르겠다'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

www.nocutnews.co.kr

 

6. 그렇다면, 과연 <다운사이징>서 등장했던 두 가지 실천 사항(소인화, 땅굴 생활)은 과연 조롱받아야 할 얘기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되려, 숭고한 행위로서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는 그냥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것을 인간은 순식간에 파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익숙한 얘기지만, '자정 능력'을 잃어버릴 정도로 지구는 많이 오염됐습니다. (자세한 상황에 대해 기술할 정도로 제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더 찾으시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며 미래 세대와 생태계를 위한 행위이기에 충분히 칭찬해야 합니다.

 

7. 그리고 비판을 가하기도 해야 합니다. 세 부류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습니다. (1) 보호하지 않은 전前 세대 (2) 두려움 때문에 전환하지 않은 부류 (3) 전환을 무작정 촉구한 부류. 1번 부류에 대한 비판은 이미 유명하니 넘어가겠습니다. 2번 부류에 대해서는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겠습니다. 각자 나름의 상황과 생각이 있으니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결과적인 면에서는 비판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3번 부류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는 과학적 연구만 선행해 놓고서 인문적인 연구(특히 세금)를 동행하지 않아 소인화의 접근성을 낮추고 평판을 떨었트렸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소인화를 해야만 하는 시급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두 번째에 대해서는, 3번 부류만이 아니라 3번 부류에 동참하지 않은 모든 사람에 대해 가해져야 할 비판입니다.)

 

8. 그럼, 이렇게 비판하는 저는 저런 기술이 나오면 선구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뭐 그 전에, 저런 시도를 해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기에 대안이 서둘러 전지구적으로 알려지기를 대망하고 있을 따름이지만요... 환경을 중시하는 저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창조주 하느님,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이를 돌보라 명하셨나이다.

비오니,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어

어리석은 욕심으로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게 하시고,

주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 "자연 환경 보전을 위하여" (《성공회 기도서》, <간구기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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