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 0:20
저번 주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200-300쪽짜리 책을 3권씩은 읽어내려갔다. 영어 지문이라든가 국어 지문이라든가도 읽는 데 어떤 문제도 없었다. 이번 주에 들어와서는 뭔가 어긋나버렸다. 책을 읽으려고 들었으나 내 눈이 따라가지 못하고 내 머리가 정리해내지 못한다. 지문을 읽어도 단순한 활자로만 박힐 뿐 한 문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왜 이럴까 생각만 했다. 별문제가 있겠나 싶었다. 고민을 하던 와중,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학원 선생님께서 수업을 줄이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들어보니 4년간 쉼 없이 달려오신 영향으로 온갖 악영향이 몸에 다 나타나서 더 이상은 무리할 뿐이니 줄인다고 하셨다. 4년간 어찌 달려오셨는지 아는 나로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은 잘하셨다는 말뿐이었다.
내 상황도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내 상황, 내 목적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굉장히 많이 지쳤다 싶다. 이것도 해야 해, 저것도 해야 하지, 아 쟤는 또 언제 하지, 저건 언제까지 였지, 아 빨리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나를 짓눌렸나 보다. 대부분은 내 힘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 말고도, 완벽하게 해야 해라는 어리석은 강박 또한 나를 짓누른다. 중요한 사안부터 해야 함을 알지만 몸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내 몸이 지쳤다는 현실을 깨닫자, 쉬고 싶어졌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쉬고 싶어졌다. 원래 연관이 있을까 - 내 현실이 이런 생각을 만들어냈을까. 울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울다가 힘 빠져서 나도 모르는 세 잠에 빠져들고 싶어졌다. 이 또한 생각일 뿐 결코 현재가 될 수 없다는 진실이 나를 다시금 세게 내리쳤다.
내가 애정 하는 분께 조용히 고백한 한 마디가 있다. 저는 우는 법을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의아해할 수 있겠다. 내 상황인데 어쩌겠나. 진짜로 나는 운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운다는 행위는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운다"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먼 개념이 되어버렸다. 타자에게는 실존하나 내게는 실존하지 않는 개념이다. 나는 울고픈데 말이다.
정말로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이 - 정신이 가장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무어인지 벌써 안다. 알기는 아나,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괴리감이 나를 저기 어둡고도 어두운 협곡에 나를 밀쳐 떨어뜨린다. 포기하고 싶어진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내게 떠오르는 구절. 발버둥 칠 수 있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인간이 생각하는 인간이 짐승을 비롯한 다른 생물과 다른 이유와 초월자가 생각하는 인간이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와 다른 이유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다를 수 있음에도 - 동등한 부분은 죽지 않고 살려는 의지가 원래는 있다는 점일까. 현재 나는 살 의지가 없다. 또 떠오르는 구절. 살 희망을 놓는 순간부터 죄악을 짓게 된다.
중요한 점은, 위 두 구절 모두 그다지 버티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일까. 한 번은 포기하고 싶다. 나를 벗어던지고 싶다. 나 자신을 해방해 진정으로 살게 하고 싶다. 내 모습이 벗겨질 때, 나는 울 수 있을 테고, 쉴 수 있을 테고, 죽을 수 있을 테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 수 있을 터, 변화하길 바란다.
과연 언제가 되어야 진정 쉴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단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위기를 감수하고, 두려움을 이겨내야 진정 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이라는 관문 또한 이겨낼 장애물이 아닐까. 나라는 존재가 죽기를, 완전히 포기하기를, 내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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