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3. 7:20
내 전 가치관은 '동성애 반대'였다. 이게 편했다. 기독경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어서 성경 해석도 더 손쉬웠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까지 받아온 교육 내용이 다 반대였기에, 그냥 머물러 있고 싶었다. 편하고 싶었다.
1. 이 생각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은 중학교 3학년 초반이었다.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떠올려 보니 그때 처음으로 금이 갔다. 아주 작은, 생채기보다도 작은 금이 말이다.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중독에 가까웠다(동시에 겉모습이 아주 아름답게 보이는 신앙생활도 했다). 만화도 가까이하다가 BL과 TS를 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외로움, BL, 남중, 학원(여자 없는)이 시너지 효과를 내었나보다.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같은 학교에 있는 아이 가운데 욕망이 끓게 하는 아이가 생겼다.
당시 나는, 동성애란 없어져야 마땅한 사상이라는 개념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끔찍했다. 기도회에서 가끔 '동성애'라는 단어를 가지고 기도하자고 한다. 나는 찔렸다. 나는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하는 두렴이 나을 사로잡았다. 예수님은 동성애자를 싫어하실까? 하는 질문이 들었다. 그뿐,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혼자 죽어갈 뿐이었다. 기간이 오랬다면 아마 내가 존재하지 않으리라.
2. 고1, 학교에서 독서논술대회를 한단다. 최손을 다해 상을 타겠다,라는 욕심에 책을 빨리 사서 읽었다. 강남순 교수님과 처음 만났다. 「정의를 위하여」라는 책으로 만났다. '인문학 소양 탑재와 비판 사고 함양' 관련 책이었는데, 종교 비판 부분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교리와 내용과 너무 달라서 혼란이 왔다. 두려움이 생겼고 곧 분노로 치환되었다. 5월달이다. 이런 주장은 터무니 없는 쓰레기 주장이야! 나는 넘겨버리었다.
3. JY를 포함한 몇 분과 담화를 나누다보니, 점점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봤자 너무 얕아서 누구에게 보여주기도 부끄러울 정도지만
4. 학교에서 자유탐구대회를 진행했다. 동성혼 합법화와 출산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 '동선혼 반대자 논리 증명 : 출산율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삼았다. 결과와 결론은, 동선혼 합법화와 출산율을 그리 관계가 많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는데, 한 지역에서는 동성혼 합법화 이후에 출산율이 훤씬 더 늘었다. 대체 내가 무얼 신뢰하고 있었는가?
5. 삼위일체와 창조를 묵상하다가, '사랑'을 더 알게 되었다. 환대와 사랑을 어떻게 실현할까하는 질문에 부딪혔다. 마침 내가 듣던 팟캐스트에서도 동성애가 죄가 아니고, 현재 아렇게 대해선 안 된다고 바판에 비판을 거듭했다. 혼란과 혼돈이 내게 휘몰아쳤다. 이 시점에 다시 강남순 교수님과 만났다. '코즈모폴리터니즘'강의였다. 이게 절정이었다. 나를 되돌리었고, 현재와 동일한 가치관이 되었다.동성애 반대라는 말이옳지 않다는 말도 이때쯤 알았다.
6. 길원평 장로님께서 동성애 특강을 하셨다. 아주 훌룡한 기폭제가 되어주셨다. 사람 화나게 하는 은사 있는 말 하나하나가 내 감정선을 심히 자극을 주며 건들였고, 나는 내 나름대로 근거와 평소 새각하던 내용을 글로 표현했다. 나름 곤찮은 듯 했다. 지금 보면, 진짜 허름하기 짝이 없는 글이다. 그래도 쓰고 나니 후련해졌다. 진짜 사랑과 진짜 환대를 실현해보자 싶었다.
7. 지금은 순간순간이 많이 힘들고 두렵다 이제서야 바궈서 형편없는 가치관을 너무 많이 홍보해서 그런지 힘들어졌다. 댓글로 쟁언을 벌이기도 하고, 정리해서 번호를 매겨 글로 적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서 새로운 질문이 날아왔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날아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게 대체 무슨 유익인데? 이렇게가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그저 남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안 되나?하는 회의가 들어왔다.
떠올랐다. 내가 얼마나 폭력을 저질렀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가두게 하였는지. 내가 느꼈던 감정보다 훨씬 크고 긴 감정을 느꼈을 탠데 도로아 주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이런 생활은 아니다. 바꿔야 해,하는 깨달음이 왔다.
8. 나를 보호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던 알을 이제야 깨고 있다. 많은 질문과 회의가 나를 두렵게 한다. 무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이 두렵다. 많이 못 하겠다. 그래도, 내가 저지른 일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알을 깨려고 투쟁할 수 있기를. 여전히 흔들리는 가치관이 다시금, 그러나 다르게 곧게 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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