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思考, 混沌, 謝罪]

miff 2023. 4. 11. 23:53

 2017. 9. 14. 0:25

 

나는 결코 현학적이지 않다. 어째서인지, 내 가치관을 세우는 길이 현학적이다. 분명, 다른 길도 많을 터인데 말이다. 뭐 또 그렇게 현학적이지마는 아닌가. 나는 생각하는 과정이 힘들다. 나는 곰곰이 사색하는 과정이 힘들다. 나는, 나는, 사고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사고'라는 길, 누가 걷는다.

나를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 나와 함께하는 내 사색 결과물, 나를 떠나기도 하고 계속 함께하기도 하는 가치관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내게 사람이란 존재는 자주 바뀌는 존재였다. 가치관과 사색 결과는 쉬이 바뀌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너무나도 일관되었다.
저번 준가 저 저번 주에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필두로 했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한 주제가 나를 건드린다. 내 스스로게 문제가 되는 주제가 나를 건드린다. 대체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고, 어디까지 배척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쉬이 바뀌지 않던 방법이 바뀌려 한다. 알이 깨지는 과정일까,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지탱하던 기둥이 깨지는 과정일까. 어떤 과정이든지 내게 힘이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만이 확실하다. 되려 삶을 힘들게 하고, 아니 지난하게 해서 나를 혼돈으로 몰고 간다.

가령 나와 같이 연약한 인간이 혼돈에 있다고 치자. 강인한 삶이라면 모를까 나 같은 존재는 혼돈에서 나갈 수 없다. 아니, 버틸 수도 없다. 비티는 과정 자체가 나를 너무나도 어지럽게 한다. 계속해서 오르는 질문과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는 현실, 나는 더 쓰러지고 만다.
너무 어지러워 이젠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닫힌 내 눈이 보는 내 앞처럼 내 마음이 보는 내 존재도 어두워져 간다. 내 이성은, 아니 내 전인이 일찍이도 알아챈다. 내가 찾았던 방편을 다시 찾는다. 내게 잠시나마 빛이 되었던 도구를 찾아 나선다. 도구가 내 주위에 다시 붙었다. 더 누른다.
혼돈이 가득한 곳, 무엇도 볼 수 없는 내 눈, 짐이 더 늘어 무거워진 마음, 버틸 힘조차 없을 정도로 지친 육체. 모든 조건이 중첩되어 나는 다시 죽어간다. 다시 흔들리고, 다시 걸리고, 다시 죽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우왕좌왕하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일어났다 다시 죽는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 이제 그만 걸으라,는 스스로 내뱉는 권고. 그저 옛 가치관에 머무르라,는 아름답디 아름다운 유혹. 중요치 않다,며 끌어당기는 손. 모든 조건이 겹쳐 나를 누른다.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정말 그럴까.
다시 일어선다. 나는 일어설 수 없다. 떠오르는 생각, 넘어지지 않았는데 나 혼자 하는 착각이 아닐까, 잠시 휘청거렸지 않을까. 여러 모순이 겹친다. 어느새 나는 스스로를 권한다. 너는 일어나야 한다, 이제까지 휘두른 폭력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미래에 존재할 나에게 사죄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이미 온 길 죽어보자는 기이한 끈기로, 내 안에서 내가 만들어내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나는 모르겠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수많은 질문이 아닌 대여섯 질문이 나를 넘어뜨린다. 나는 연약하다. 사죄하련다, 단련하지 않던 과거에, 연약하여 넘어지는 현재에, 사죄하지 않을 시 다시 사죄하고 사죄할 때 다시 사죄하지 않을 수 있을 미래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생각이 나를 다시 이끌어낸다.

나를 평가하는 많은 잣대. 나를 진정으로 평가하는 잣대는 오직 하나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나는 연약하다, 나는 무지하다, 나는 미약하여,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를 평가하는 단 하나에만 목숨을 걸고 누구나 겪을 혼돈이라는 시기 초반에 넘어지지 말자,고 조언한다. 나를 스스로 독려한다. 내가 하는 독려가 아니다.
미래여, 글을 쓰는 현재를 볼 때는 부디 혼돈이라는 과정을 네 힘이 아닌 힘으로 이겨냈기를, 넘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았기를, 부디 금방 재기했기를, 제발 내게 준비된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다시 사죄하는 행위를 반복지 않기를 기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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