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두서없는 생각

[한국어 파괴 주범]

miff 2023. 4. 8. 12:35

2017. 8. 21. 23:07

 

본래, 한국어를 쓰면서 어휘가 풍성해짐은 아주 강력한 이점이다. 아름다움이란 통섭으로 나타나기도 하니깐. 주의할 점은 파괴하지 않음이다. 한국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어투와 어휘는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혹은 무시한 채로 번역투를 써서는 안 된다. 비속어만 한국어 파괴가 아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뿐더러 외국어를 어색하게 직역한 표현도 한국어 파괴다.
예시를 몇 가지 들면, '~에 대해', '~에 관해', '~ 것', '~적', '~의', '~들'이다. 첫째와 둘째는 영어 about을 직역한 산물로 무얼 언급하는지 모호한 어휘다. 셋째는 영어와 중국어를 우리말 어순으로 바꾸지 않아 나온 결과이다. 넷째는 성질을 표현하는 어휘로 중국어 직역이다. 다섯째는 일본어 'の'를 직역한 표현으로 일제강점기 흔적 타파를 때어놓고서도 '의'라는 말만 들어가면 뜻이 이상해진다. 마찬가지로 모호해진다. 마지막은 우리말에는 잘 안 쓰던 수일치인데, 번역하면서 억지로 수일치하다가 나온 사라져야 하는 대표 어휘다.
(더 상세한 내용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유유)와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한길사)를 보시길)


  언급한 어휘 말고도, 직역한 어휘로 한국어가 지니고 있는 멋을 싸그리 다 파괴하는 어휘가 가장 많이 사요되면서, 가장 관심이 없는 곳이 있다. 어딜까. 수학이다.
툭하면 '~에 대하여'라는 어휘와 '~의 ~'라는 의미심장한 어휘를 쓴다. 특히 함수 단원에만 들어가면 'x에 대하여 ~', '함수 f(x)에 관하여 ~'가 흔하다 못해 모든 문제에 다 있다. 'y의 값을 구하라' 라는 말도 빠지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에서만 이렇게 쓰인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안 쓰인다고 말해선 안 된다. 말로 내뱉는 경우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마는 글로 쓸 때만큼은 우리글을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글을 올바르게 쓸 때, 한국어만이 지니거 있는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 한국인이 갖는 정서를 가장 명확하게 존달할 수 있는 언어가 한국어라는 점도 생각해보자.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지라도 우리 고유 문화라는 사실만으로 지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된다.

뜻이 모호한 번역체를 쓰는 이유가 많겠지만 제일 큰 이유 한 가지, 어휘를 고르느라 생각 하기 싫어서. 한 마디로 글쓰기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라는 외침 때문이겠지.
우리글은, 우리말은 상시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낼 가치가 있는 언어다. 부디 어떠한 글을 쓰든지, 가능하면 말에서까지 아름다운 한국어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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